쓰가루 지방의 사찰·신사·교회
쓰가루 지방에는 사찰, 신사, 기독교 교회와 성당이 많이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적 가치는 물론 건축적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건축에 대한 흥미를 만족시켜줄 다양한 장소를 소개합니다.
조쇼지 절과 젠린가이(히로사키시)
‘선’의 숲이라는 뜻을 지닌 젠린가이는 33개의 선종 사찰이 밀집하여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히로사키성의 남서쪽이 풍수상 좋지 않았으므로 1610년에 히로사키 지역을 통괄한 번주 쓰가루 노부히라가 쓰가루 지역 일대에 있던 33개의 선종 사찰을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젠린가이가 조성되었습니다.
젠린가이의 입구 바로 안쪽에는 주칠을 한 팔각형의 목조 건축물인 ‘사자에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사자에당’은 에도시대 후기에 등장한 독특한 건축 양식의 불당으로, 나선 구조와 외관이 ‘소라(일본어로 ‘사자에’)’와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엄숙한 분위기의 길을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령이 수백 년 가까이 된 삼나무와 함께 다양한 양식의 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직선으로 뻗은 가로수길 가장 안쪽에는 조쇼지 절의 삼문이 우뚝 서 있습니다. 당당한 풍채의 이 목조 건물은 1629년에 건립되었습니다. 경내에는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본당, 고리, 종각, 어영당 등이 있습니다. 또 경내 안쪽에는 히로사키성의 주인이었던 역대 쓰가루 가문의 선조를 모신 사당이 있어 쓰가루 가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둘러싸여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입니다.
사이쇼인 절(히로사키시)
젠린가이 근처에 자리한 사이쇼인 절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건립한 오층탑으로 유명합니다. 일본 동북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으로 손꼽히며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과 같이 사계절에 걸쳐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합니다. 보통 사찰 입구나 본전 양옆에는 사자나 고마이누라고 하는 상상 속 동물을 배치하는데, 사이쇼인 절에는 귀여운 토끼가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절 곳곳에서 토끼 모티브를 찾아볼 수 있어 토끼띠인 사람에게는 더욱 특별한 절입니다.
세이류지 절(아오모리시)
세이류지 절은 청동 좌상으로는 일본에서 제일 큰 불상인 높이 21미터, 무게 220톤의 ‘쇼와 대불’로 유명합니다. 쇼와 시대 59년(1984)에 조성되어 ‘쇼와 대불’로 불리며 나라와 가마쿠라의 유명한 대불을 능가하는 규모입니다. 또 높이 39미터에 이르는 오층탑은 불탑의 중심 기둥인 심주가 고정되지 않고 매달려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진동을 흡수해줍니다. 일본에서 네 번째로 높은 높이임에도 여태 지진으로 무너진 적이 없을 정도로 견고함을 자랑합니다.
이와키야마 신사(히로사키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이와키산 자락에 자리한 이와키야마 신사는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당시의 목조 건물이 아오모리의 강한 겨울 바람과 폭설을 견디지 못해 새로 지어진 반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물 가운데는 수백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도 있습니다. 신전을 장식한 강렬한 채색과 목조 조각은 화려한 외관 장식으로 유명한 신사인 닛코 도쇼궁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카야마이나리 신사(쓰가루시)
한 번쯤 본 적 있는 빨간 도리이(신사 입구의 기둥 문)가 끝없이 늘어선 풍경을 아오모리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다카야마이나리 신사입니다. 잘 가꿔진 일본 정원 안에 수백 개의 도리이가 곡선을 그리며 장관을 이룬 모습은 마치 별세계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강렬한 색채의 도리이, 녹음이 푸르른 나무와 정원, 그 사이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못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 애호가의 감성을 자극하여 SNS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토 신사(아오모리시)
아오모리의 발상지로 불리는 우토 신사는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이 신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가 어린 시절 놀던 추억의 장소라는 인연으로 화가의 아름다운 판화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경내에는 뛰어난 경치의 일본 정원과 연못, 그리고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글귀가 새겨진 석비 등이 있습니다.
히로사키시의 역사적인 교회와 성당
1868년에 시작된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은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화 개혁을 실시하였습니다. 특히 히로사키시에서는 외국인 교사와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외국의 지식을 습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서양인의 뒤를 이어 기독교를 전파하는 선교사들이 등장하였고 시내에는 많은 교회와 성당이 건립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사키는 폭격을 면했기에 지금까지도 이러한 역사적인 교회와 성당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1921년에 건립된 히로사키 성공회 승천교회는 종탑과 빨간 벽돌이 특징적입니다. 영국식 쌓기법으로 쌓아 올린 벽돌이 인상적이며 전체적으로 고딕 양식입니다. 건축 자재는 히로사키 근교에서 채석한 석재와 아오모리산 히바(편백나무과) 목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서양과 일본이 어우러진 건축물로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가 감돕니다.
1910년에 건립된 가톨릭 히로사키 성당은 첨탑이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목조 모르타르 구조가 특징입니다. 성당 내부 의자의 바닥은 다다미로 되어 있는데 신도들이 바닥에 앉아 기도를 올리던 당시의 흔적입니다. 일본식 다다미와는 대조적으로 내부 가장 안쪽에는 고딕 양식의 화려한 제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866년에 제작되어 암스테르담 성 토마스 성당에서 기증받은 것입니다.
입구 위에는 일본화 방식으로 그린 성모마리아상이 있어 동서양이 어우러진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서 장면뿐만 아니라 이와키산, 쓰가루 샤미센, 사과 등 히로사키의 상징도 담겨 있습니다. 성당 내부는 일요일 아침의 미사 시간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견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