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gue 아오모리현의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하치노헤 여행
By 이영재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하치노헤시의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숨어있는 매력적인 명소를 찾기 위해 취재 여행을 떠났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보았다.
눈부신 백사장 해안가를 산책할 수 있는 산리쿠부흥 국립공원
JR하치노헤선 무쓰시라하마역에서 내려서 조금 내려가면 넓고 푸르른 태평양 바다와 하얀 시라하마 해수욕장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따라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이 있는데, 시라하마 해수욕장에서 오스카 해안까지 바다의 경치를 즐기며 걷다 보면 아시게자키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11월의 태평양은 에메랄드 같은 녹색에서 짙푸른 남색까지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바다색이 너무나도 신기하여 계속 바라보았다. 모래는 정말 곱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래사장 위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해안가에는 고운 모래와는 정반대로 거칠고 커다란 바위들이 군데군데 솟아 있었는데 그 바위 틈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나무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모래사장의 끝에는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로 정돈된 계단과 길이 나온다. 어떤 꽃이 자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게시판을 보며 보물 찾기 하듯이 식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시게자키 전망대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을 걷다 보면 아시게자키 전망대가 보인다. 높은 절벽 위에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 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인다.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 같은 절벽과 바위들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날씨가 좋으면 아오모리 북쪽에 위치한 롯카쇼무라, 시모키타 반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 바로 밑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음료,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매점이 있다. 화장실과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트래킹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괭이갈매기들의 낙원 가부시마
해안선을 따라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가부시마에 도착할 수 있다. 가부시마는 괭이갈매기의 번식지로 유명하다. 3월부터 6월에 걸쳐 가부시마에서는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번식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붉은 도리이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가부시마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섬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 괭이갈매기에 관련된 다양한 부적, 제비뽑기 등, 오직 가부시마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계단을 내려오면 맞은편에 있는 하치노헤시 가부시마 휴게소에서 섬의 역사와 괭이갈매기의 생태를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길을 건너가면 ‘가부냐’라고 하는 특산품 판매시설이 있다. 아오모리에서 유명한 사과를 사용한 과자와 애플파이, 아오모리에서 채취한 가리비, 오징어 등을 건조해서 만든 건어물,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사이다 등 아오모리에서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오모리는 바다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오징어, 가리비 등 어장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에 걸맞게 오징어 먹물 사이다라는 특이한 음료가 있어서 구매해 보았다. 사이다 맛이 정말 신기했는데 끝맛에서 향기로운 허브향이 느껴졌다. 병 뒷면의 원재료 표기에는 허브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오징어 먹물의 향일 것이라고 추측해 보았다.
하치노헤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하치
‘하치’는 ‘하치노헤 지역의 자원을 소중히 생각하며 이곳의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가는 포털 뮤지엄 시설이다. 갤러리, 문화 체험, 카페 등이 모여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방문했던 날은 1층에서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사과주스, 사과잼, 애플파이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2, 3층에는 하치노헤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수산업에 관한 전시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었다. 옛 시장의 모습이나 식문화를 미니어처로 전시해 놓은 것, 전통 공예품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쌀쌀한 하치노헤의 밤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미식의 거리, 미로쿠 요코초
저녁 시간이 되자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꽉 채운 하루의 일정을 마친 탓에 뱃속도 차가운 공기가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로쿠 요코초는 혼하치노헤 번화가에 위치한 먹자골목으로 작고 개성 넘치는 술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의 피로를 달래주는 곳이다.
해산물이 유명한 아오모리답게 모둠 회는 정말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상냥하게 메뉴를 설명해 주신 점원분이 음식에 맞는 아오모리 사케를 추천해 주셨다. 하치노헤 주조에서 생산하는 무쓰 오토코야마와 무쓰 핫센이 있는데 전통적인 사케를 마시고 싶다면 무쓰 오토코야마를, 좀 더 가볍고 달콤하게 마시고 싶다면 무쓰 핫센을 추천한다.
메뉴판에 먼저 눈길이 갔던 센베이지루는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접시 모양의 딱딱한 과자의 한 종류인 센베이를 국이나 전골에 넣고 끓인 음식이다. 처음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조합이었지만, 한입 맛보았을 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맑은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우엉, 당근 뿌리채소를 넣어 단맛을 살린 수프는 추운 뱃속을 달래는데 최고였다. 수프에 빠진 센베이는 입에 넣었을 때 수제비와 비슷한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센베이를 끓이면 국물에 풀어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수프나 전골에 넣는 전용 센베이를 따로 생산하고 있었다.
하치노헤 근방에 있는 고노헤마치는 옛날부터 말을 키우는 지역이었다. 그 덕분에 말고기를 먹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침 메뉴에 말고기 육회가 있어서 맛을 볼 수 있었다. 고기의 씹는 맛을 즐기는 부위와 약간의 지방이 있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두 가지 부위가 제공된다. 다른 곳에서 먹어본 말고기 육회와는 달리 말 특유의 냄새가 적고 식감이 살아있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번 여행은 하치노헤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북적거리는 도심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또한 바다에 인접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하치노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지역 특산품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