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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ue 다양한 문화와 만나는 ‘고쇼가와라’ 여행

By 이수진

Travelogue 다양한 문화와 만나는 ‘고쇼가와라’ 여행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아오모리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1박 2일 취재 여행. 로컬선 '고노선' 철도를 따라 아오모리 자연을 소개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풍성한 문화의 보고인 ‘고쇼가와라시’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열차, 쓰가루 철도 ‘달려라 메로스호’

고쇼가와라 출신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달려라 메로스>에서 이름을 따와 작가의 팬이라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열차가 있다. 바로 고쇼가와라의 명물인 ‘쓰가루 철도’의 ‘달려라 메로스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흔적이 깃든 가나기 마을에 가려면 이 열차를 타야 하는데, 작고 다소 허름한 듯한 고쇼가와라역 건물은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향수를 자극한다. 여느 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발권기가 없어서 직원한테 직접 표를 구입해야 하고 개찰구도 따로 없다. 그런데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쓰가루반도 관광 어텐던트라고 불리는 관광 안내자가 알기 쉽게 관광 정보를 안내해주며 현지 맛집이나 교통편 등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쓰가루 철도의 가장 큰 매력은 사계절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 터널’을 달리며 여름에는 일본의 여름 풍물시인 방울 종을 매단 ‘풍령 열차’, 가을에는 가련한 방울벌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방울벌레 열차’, 겨울에는 화로에 말린 오징어 등을 구워 먹는 ‘난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다.

20세기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 ‘사양관’

<인간실격>, <사양>, <쓰가루> 등 다수의 작품을 남긴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나고 자란 곳이자 그의 작품 곳곳에도 등장하는 고쇼가와라시. 그중에서도 가나기 마을에 자리한 작가의 생가 ‘사양관’을 찾았다. 


한적한 가나기 마을에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지붕의 대저택이 바로 ‘사양관’이다. 다자이가 태어나기 2년 전인 1907년에 일대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였던 그의 부친이 지은 건물이다. 당대 서양식 건축 분야의 일인자인 건축가 호리에 사키치가 설계한 일본과 서양의 건축 양식을 절충한 팔작지붕 형태의 건물로, 1층에 방 11개와 2층에 방 8개, 정원과 창고까지 합하면 총면적 약 680평에 달하는 호화 저택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다다미 63장 면적의 넓은 공간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천장에는 나무를 짜맞춘 모자이크 형태의 세공이 들어가 있고 장지문 위는 세세한 조각으로 꾸며져 있다. 이러한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이 당시 부유했던 가정 환경을 짐작하게 한다. 이 공간은 그의 작품 <추억>과 <쓰가루>에도 등장한다.

끝없이 이어진 다다미방을 지나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등장하는데, 1층의 일본 전통 건축 양식과는 대조적으로 서양식 계단이 펼쳐진다. 2층은 샹들리에 조명과 원목의 책상 및 테이블 등 서양식 건축과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수많은 방들이 마치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다자이는 이 저택에서 태어나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13년간 살았다. 그는 이 집에 살면서 지역의 대지주이자 대금업을 영위한 집안의 위치와 형제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분의 차이를 느꼈고 부모를 대신해 준 숙모 및 유모와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성장했다고 한다. 옛 창고를 활용한 자료 전시실에는 다자이가 생전에 입었던 망토와 실제 사용했던 필기 용구, 자필 원고,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 초판본과 전 세계 번역본도 소개되어 있는 등 유년기의 다자이 오사무를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이다. 


다자이의 작품에는 그의 고향과 집안의 존재가 짙게 반영되어 있어 이 가나기 마을을 걷다 보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쓰가루 샤미센의 발상지, 가나기 마을의 ‘샤미센 회관’

고쇼가와라시의 가나기 마을은 쓰가루 샤미센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가나기 출신인 ‘니타보‘라는 인물이 쓰가루 샤미센을 만들어냈고 그의 제자들이 기초를 세웠다. ‘사양관’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쓰가루 샤미센 회관’에서는 쓰가루 샤미센의 역사부터 민요와 향토 예능 등을 소개하고 있다. 샤미센은 목의 두께와 크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데, 쓰가루 샤미센은 섬세하면서도 박력 있는 소리가 특징이다. 특히 줄을 뜯거나 튕기는 즉흥성이 뛰어난 자유분방한 연주가 가장 큰 매력으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는 샤미센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쓰가루 샤미센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전통 악기’ 하면 연상되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쓰가루 샤미센 연주법은 비트가 빠르고 리듬이 현란하여 마치 록 음악을 듣는 것처럼 현대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오모리 3대 네푸타, 고쇼가와라의 ‘다치네푸타’

고쇼가와라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치네푸타‘이다. 아오모리의 여름 축제인 ‘네푸타’는 들어봤어도 ‘다치네푸타‘는 생소할 수 있는데, 아오모리 각지에서 독자적인 형식으로 발전한 수십 개 네푸타 중에서 ‘아오모리 네푸타’, ‘히로사키 네푸타‘와 함께 3대 네푸타로 꼽힌다. 1980년에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다치네푸타’의 특징은 20미터가 넘는 높이와 무게 16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네푸타이다. 19세기에 대형화되어 높이 27미터에 달하는 네푸타가 제작되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등선과 전화선이 설치되면서 높이가 제한되어 소형화되어 갔다.


현재 개최되는 다치네푸타는 지역 사람들의 힘으로 당시의 높이 27미터에 이르던 네푸타를 복원하여 매년 8월 초순에 열리는 여름 축제를 부활시킨 것으로, 지금은 일본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찾는 유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거대한 다치네푸타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다치네푸타노야카타’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도 있고 맨 꼭대기 층부터 내려오면서 네푸타 전체를 천천히 훑어볼 수도 있다. 실제 네푸타 감상뿐만 아니라 다치네푸타의 역사와 부활 과정, 제작 방법 및 그 과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제작소’가 병설되어 있어 실제 제작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압권은 건물의 유리 외벽이 가동식 대형 문으로 되어 있어 여름 축제 때 대형문을 통해 네푸타를 축제에 출진시키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다치네푸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설로, 축제를 향한 고쇼가와라 시민들의 열의와 열정, 다치네푸타가 압도하는 에너지를 실제 축제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 '세계적으로 유명한 쓰가루 샤미센의 발상지', '일본 여름 축제를 대표하는 다치네푸타의 고장’.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화려한 수식어들이 말해주듯 고쇼가와라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기 로컬 철도 '고노선'을 따라 아오모리의 풍부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꼈고 고쇼가와라에서 다양한 일본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1박 2일 취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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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lk in AOMORI 사진작가 조세현과 함께 하는, 워크 인 아오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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