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gue 1 아트 여행의 성지, 도와다시현대미술관 100배 즐기기
By 이수진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아오모리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1박 2일 취재 여행. 아오모리의 예술과 문화,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는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는 아트 여행의 성지인 도와다시현대미술관.
아오모리현립미술관, 히로사키렌가창고미술관 등 현대 미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술관이 모여 있는 아오모리. 작품은 물론 건축까지 매력적인 아오모리의 미술관 가운데 동네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을 이루며 작품과 건축이 마을 경관의 일부로 자리한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을 다녀왔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오이모리철도와 아오모리 에키벤
도와다 호수와 오이라세 계류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도와다시는 아오모리 시내에서 철도와 버스로 약 1시간 50분 거리에 위치한다. ‘푸른 숲(아오이모리)’이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인 파란색 외관과 2칸으로 편성된 아담한 철도는 레트로한 느낌을 풍기며 여행객의 부푼 마음을 더욱더 설레게 한다. 일본 철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에키벤’! 그 지역 특산물로 만든 도시락으로, 아오모리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 풍경을 감상하며 에키벤을 먹는 것이 또한 일본 여행의 묘미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미술관
도와다 시내에 들어서면 거리 곳곳에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단번에 눈에 띄는 작품도 있는가 하면 모르고 스쳐 지나갈 정도로 자연스럽게 거리의 일부로 자리한 작품도 있다. 시내에서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다양한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을 즐기는 감상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다.
2008년에 개관한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은 도와다시 중심에 위치한 관청가 거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간주하여 현대미술관, 아트 작품, 아트 프로그램의 3개 요소로 구성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하였다.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한 아트 광장과 시내 상점가에도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마을을 통틀어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단절된 공간이 아닌 미술관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의 일부로 녹아 있는 개방된 미술관이며 소박하고 한적한 마을의 경관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얀 네모 상자 속에 숨겨진 미술관 건축의 비밀
미술관에 도착하면 한국 작가 최정화의 작품인 ≪Flower Horse≫가 관람객을 맞아준다. 그 뒤편으로 하얀 네모 상자가 줄지어 있는데 건물은 전체적으로 낮고 넓은 공간에 걸쳐 늘어서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미술관은 주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에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건물의 높이를 낮게 설계하였다. 또 미술관뿐만 아니라 아트 광장과 시민교류센터 등 시내 곳곳에 자리한 예술 관련 건물도 미술관과 동일하게 흰색 네모 상자로 건축하여 마을 전체에 일관성과 통일감을 주는 점도 특징이다.
이 하얀 네모 상자들이 바로 미술관의 전시실이다.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은 하나의 전시실에 단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여 독립된 공간에서 마치 예술 작품에 빨려 들어간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미술관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유리 통로와 커다란 유리창이다. 하얀 네모 상자 안이 작품 감상에 최적화된 독립된 공간이라면, 상자와 상자를 잇는 유리 통로와 상자에 마련된 유리창은 미술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안에 있으면서도 투명한 유리 너머로 마을 풍경이 겹쳐 보이고 길을 지나다니는 동네 주민들과 마주하게 된다. 미술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상과 비일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하고 신선한 공간이다.
두근거림, 설렘,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미술관의 독특한 구조
미술관은 네모난 상자들이 유리 통로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로 한 공간에는 하나의 작품만 전시했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보통 동선을 따라 감상하게 되는데 정원과 옥상, 야외 곳곳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미술관을 샅샅이 거닐면서 작품을 발견한 사람만이 그 기쁨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의 독특한 구조는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하나하나 찾아보는 즐거움과 동시에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신선함을 선사해준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형 전시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론 뮤익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여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마치 작품의 일부가 되어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
Ron MUECK ≪Standing Woman≫은 손의 미세한 주름과 신체의 굴곡, 여인의 눈빛이 정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 SHIOTA Chiharu ≪Memory of Water≫, KURIBAYASHI Takashi ≪Sumpf Land≫, Leandro ERLICH ≪Edificio — Buenos Aires≫ 등은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볼 수 있다. 다양한 표현 방법이 가능한 현대 미술을 통해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상관없이 누구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예술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의 전시 작품들은 워낙 독특하고 신선하기 때문에 사진만으로도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창의적으로 건축된 미술관 공간 안에서 직접 감상했을 때 각각의 작품이 지닌 재미와 놀라움이 배가 된다는 점을 느끼며 1일차 여행을 마무리했다. 2일차에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해진 마음을 한결 더 힐링해 줄 아오모리의 자연을 만나본다. 일본 혼슈섬의 최북단, 아오모리의 시모키타 반도로 향했다.
(2편 계속)